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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선출…‘전시 결속’인가 ‘세습 논란’인가

이란이 사망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하면서, 이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과 외신은 이번 결정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 강경한 저항 의지를 드러낸 정치적 메시지이자 전쟁 상황 속에서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선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동시에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체제 정통성과 관련한 ‘세습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되면서 이란이 서방과의 대치에서 강경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모즈타바는 그동안 공개 활동은 많지 않았지만 혁명수비대(IRGC)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87년 혁명수비대에 입대해 이란-이라크 전쟁에 복무했고, 이후 군부와 깊은 유대를 구축하며 강경파로 평가받아 왔다. 특히 2009년 대선 부정 의혹 이후 전국적으로 벌어진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그의 지도부 출범은 기존의 대미 강경 정책이 계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국장은 “모즈타바의 등장은 국내적으로는 억압을, 국제적으로는 저항을 이어가겠다는 기존 전략의 연장선”이라며 “이란 체제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서방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발표는 이란의 권력 승계 문제에 관여하려는 의지를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모즈타바가 후계자로 거론되자 “하메네이의 아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최고지도자로 선출한 것은 외부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이번 결정은 전쟁이라는 비상 상황 속에서 내려진 고육책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메네이가 폭사한 이후 이란 내부에서는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군부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즈타바는 지난 20여 년간 혁명수비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전시 상황에서 군을 통제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돼 전문가회의의 선택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혁명수비대가 최고지도자 선출 기구인 전문가회의에 사실상 모즈타바 선출을 압박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부 입장에서도 군과 거리가 있는 종교 지도자보다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모즈타바가 권력을 잡는 것이 전시뿐 아니라 전후 체제 안정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내부에서는 하메네이의 죽음을 ‘적의 공격에 의한 순교’로 규정하면서, 그의 아들이 지도자로 승계하는 것이 순교 정신을 계승하는 상징성을 갖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혁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이번 선출을 단순한 권력 세습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극도의 안보 위기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극대화하려는 정치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란 체제의 정통성을 둘러싼 논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과거 팔레비 왕조의 세습 통치에 대한 반발 속에서 탄생한 국가이기 때문에, 최고지도자의 세습은 체제의 이념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모즈타바의 종교적 자격 문제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중급 성직자인 ‘호자톨레슬람’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고 권위 성직자인 ‘마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과거 알리 하메네이 역시 종교적 권위 부족 논란 속에서 헌법 개정과 승격 절차를 거쳐 최고지도자가 된 전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향후 이란 정치 체제의 성격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고지도자 선출 과정에서 군부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향후 이란이 종교 지도자 중심의 신정체제보다 군부 중심 권력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최고지도자 선출은 전쟁 속에서 체제 결속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선택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란 공화국의 정통성과 권력 구조에 새로운 논쟁을 불러올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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