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유엔서 ‘평화공존’ 3대 구상 제시…AI·녹색전환·에너지 연대도 제안
이재명 대통령이 제81차 유엔총회에서 한반도의 전쟁을 종식하고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평화공존 구상을 국제사회에 제시했다. 동시에 인공지능(AI)과 기후위기, 에너지 공급망 등 글로벌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K-이니셔티브’를 제안하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포용적 평화공존’, ‘안정적 평화공존’, ‘책임 있는 평화공존’을 한반도 평화를 위한 3대 방향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인 ‘포용적 평화공존’은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 대통령은 남북 간 체제를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협력을 통한 공동성장을 모색하고, 국제무대에서도 북한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정치·군사적 문제와 별개로 보건과 재난, 기후위기 등 남북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분야부터 협력의 길을 열어갈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번째는 위기와 갈등을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안정적 평화공존’이다.
남북 간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기본적인 소통 채널을 복원하고 신뢰를 축적하는 한편, 위기를 예방하고 갈등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세 번째인 ‘책임 있는 평화공존’은 한반도 차원을 넘어 동북아시아와 국제사회의 평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쟁과 핵 위협이 없는 한반도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협력을 촉진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로 한반도에서 지속돼 온 전쟁 상태를 끝내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제시했다.
특히 장기간 중단된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핵 문제에는 단계적 접근을 제시했다.
우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관련 능력을 축소한 뒤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나아간다는 구상이다.
한국 정부는 이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의 직접적인 당사자이자 ‘페이스메이커’로서 대화가 다시 시작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와 함께 AI와 기후변화, 에너지 공급망 등 국제사회가 직면한 공동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K-이니셔티브’ 3대 비전도 제안했다.
첫 번째는 기술 발전의 혜택을 특정 국가나 계층이 독점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글로벌 AI 기본사회’다.
한국이 추진하는 ‘AI 기본 의료’를 시작으로 사회보장과 노동, 주거, 문화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영역에 AI를 활용하고, 기술 발전이 기본적 권리와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사회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제기구와 다자개발은행, 산업계와 학계 등이 함께 참여하는 ‘글로벌 AI 허브’ 조성 방안도 제시했다. AI를 단순한 산업 경쟁의 수단이 아니라 기후위기와 보건, 식량, 난민 등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두 번째 비전은 ‘녹색 대전환’이다.
한국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토대로 파리협정과 유엔 중심의 기후위기 대응에 참여하는 한편, ‘한국형 녹색 대전환(K-GX) 전략’을 통해 산업구조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탄소중립을 기업의 비용이나 부담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과 성장동력,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회로 연결하고 이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한국은 2028년 칠레와 공동 개최하는 제4차 유엔 해양총회를 계기로 지속가능한 해양 발전과 국제협력 논의를 확대할 계획이다.
세 번째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연대’다.

이 대통령은 국제 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이 국제법에 따른 권리인 동시에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이 개별 국가의 문제를 넘어 세계 경제와 국민 생활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수 있는 만큼 국가 간 공급망 협력체계를 더욱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협력 방식으로 ‘건설적 기여국 연대’도 제안했다.
기후와 AI, 에너지 공급망과 같은 문제는 어느 한 국가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렵지만 모든 국가가 하나의 해법에 합의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만큼,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국가들이 각자의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먼저 협력하고 이를 점차 확대해 나가자는 제안이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협력이 축적될 경우 지정학적 경쟁과 국제사회의 분절을 완화하고 다자주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 자체의 개혁 필요성도 언급했다.
회의장에서 이뤄진 합의가 실제 현장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조직과 사업의 중복을 줄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한편 제한된 자원을 가장 필요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다 효율적이고 현장 중심적인 유엔을 구축하기 위한 ‘유엔 80 이니셔티브’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더욱 효과적이고 민주적이며 책임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안보리 개혁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래세대의 국제사회 참여 확대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015년 국제사회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한 이후 2030년이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이제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청년을 단순한 정책 수혜자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문제를 함께 정의하고 해결책을 설계하며 실행까지 이끄는 ‘공동의 설계자’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와 소통의 기회를 확대하고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연대 속에서 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한국의 경험을 언급하며, 앞으로 평화와 개발, 인권이라는 유엔의 핵심 가치 전반에서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과 기여를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연설을 통해 한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당면 과제와 함께 AI·기후·에너지 공급망 등 글로벌 현안에서 국제협력을 확대하고, 다자주의와 유엔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적극 참여하겠다는 외교 방향을 국제사회에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