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프랑스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협력 본궤도…AI·원자력·방산·바이오 등 16건 협력 확대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 140주년을 맞아 국방·안보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 우주, 원자력, 바이오, 문화산업에 이르기까지 협력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 양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방문을 계기로 총 16건의 협력문건을 채택하고, 지난 4월 격상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산업과 시장의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국방·안보, 경제·산업, 첨단산업·과학기술, 인적교류, 문화, 국제 평화·안보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부와 기업·기관·연구기관이 채택한 협력문건은 총 16건이다. 이 가운데 9건은 정상회담 직후 두 정상 임석 아래 교환됐으며, 나머지 7건도 방문 기간 중 관련 기관과 기업 간에 체결됐다.
국방·안보 분야에서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개정의정서에 서명해 양국 군사정보 교류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정비했다. 프랑스의 변경된 비밀분류체계를 반영하고 보안당국 및 열람 제한 규정을 보완해 정보교환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였다.
양국은 전시와 평시 군수지원의 신속성을 높이기 위한 상호군수지원협정도 조속히 체결하기로 했다. 향후 협정에는 물자와 용역의 상호 지원을 위한 대상 품목과 요청 절차, 가격 산정 및 사후 정산 방식 등이 담길 예정이다.
군사적 교류도 확대된다. 양국 공군의 ‘페가스’ 합동훈련과 해군 상호 기항 등을 통해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프랑스의 방산 기술력과 한국의 제조 경쟁력을 결합한 공동 협력사업도 발굴할 계획이다.

경제·산업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양국 교역액 200억 달러 달성이라는 공동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장관급 산업전략대화를 신설하고 산업정책, 교역·투자, 공급망과 핵심광물, 산업기술 등을 다루는 분야별 작업반을 운영한다.
KOTRA와 프랑스의 비즈니스 프랑스도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해 투자·무역 세미나, 경제사절단, 스타트업 지원 및 기업정보 교류 등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 기업이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활동하고 상대국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도 강화한다.
첨단산업에서는 AI·반도체·양자기술 협력이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양국은 연구자와 스타트업의 공동 연구개발과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AI·양자 분야 투자 유치, 반도체 기업과 연구기관 간 교류 및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을 추진한다.
민간 협력도 구체화됐다. 삼성전자는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AI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삼성전자 내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용 AI 모델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반도체 분야의 핵심 노하우와 내부 정보를 보호하면서 생성형 AI를 기업 업무에 활용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우주 분야에서는 ‘우주산업 진흥 협력 이행약정’을 체결했다. 양국은 우주산업 정책 정보를 공유하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경쟁력 강화 및 상호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특히 프랑스가 보유한 우주산업 인프라와 유럽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우주기업의 유럽시장 진출을 촉진할 계획이다.

지식재산 분야에서도 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심사 경험과 기준, 모범사례를 공유하고 지식재산 금융과 사업화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한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공급망 안정과 차세대 기술개발을 동시에 추진한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 오라노는 장기 농축역무 공급 협력 의향서를 체결하고 신규 농축시설을 활용한 장기 공급계약 논의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원전 연료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중장기적인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별도로 추진되는 원자력 연구개발 협력에는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안전기술과 원자력 기초과학, 방사성폐기물 관리 등의 공동연구와 연구인력·정보 교류, 시설 공동 활용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바이오·과학기술 분야의 협력도 한층 구체화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프랑스 연구기관들과 생명공학, 식물과학, AI·양자 융합기술을 활용한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특히 한국의 식물 기능·정밀검증 기술과 프랑스의 AI 기반 RNA 예측기술을 결합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차세대 작물기술을 개발하고, 양자·AI 하이브리드 기술을 신약개발에 활용하는 공동연구도 추진한다.
인재 교류도 확대된다. 한국 5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연합인 K-STAR와 파리-사클레대학교는 학생과 청년 연구자의 연구실 인턴십, 공동연구, 워크숍과 세미나 등을 추진한다. 고등과학원과 파리-사클레대학교 역시 수학·물리 등 기초과학부터 양자·AI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힌다.
문화산업은 양국의 새로운 전략적 협력 분야로 부상했다. 양국은 문화협력 의향서를 새롭게 체결해 문화창조산업 교류와 공동투자를 확대하고 영화·예술·문화유산 분야 기관 간 협력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양국은 총 10억 유로 규모의 ‘뤼미에르 파트너십’을 토대로 영화·영상산업의 공동 발전과 세계화를 지원하고, 한국의 창의산업과 K-콘텐츠가 유럽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한다.

인적교류를 위한 제도도 정비됐다. 1974년 체결된 양국 항공협정은 장기간의 협상 끝에 현대화돼 공정경쟁과 항공안전·보안, 편명 공유, 환경친화적 운항 등의 내용이 새롭게 반영됐다. 워킹홀리데이 참여 대상을 확대하는 개정안도 오는 10월 발효되며 한국인 언어 보조교사의 프랑스 시범 파견도 시작될 예정이다.
양국 경찰은 치안협력 합의문을 통해 초국가범죄와 도피사범 추적, 과학수사, 교육·연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
한·프랑스 협력은 양국 관계를 넘어 국제 현안으로도 확대된다. 양 정상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 회복을 위해 공조하고,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복과 재건, 한반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올해는 한국과 프랑스가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14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 4월 마크롱 대통령의 국빈 방한 당시 양국은 2004년 수립한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22년 만에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불과 5개월 만에 이 대통령이 프랑스를 국빈 방문하면서 양국 간 협력은 구체적인 산업·기술·안보 프로젝트로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지난 140년간 쌓아온 양국의 깊은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140년을 다시 준비해 가기로 했다”며 양국의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결합해 실질적인 공동성장으로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