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듀오’ 출격…삼성과 폴더블 정면승부,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도 흔드나
애플이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를 공식 출시하면서 삼성전자가 지난 7년간 주도해온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하드웨어 완성도와 가격 경쟁력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선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애플은 강력한 아이폰 생태계와 충성도 높은 이용자층을 앞세워 시장 자체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아이폰 듀오를 공개했다. 제품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폴드8’과 같은 북타입 폼팩터를 적용했으며, 애플이 처음으로 기존 바형 아이폰 디자인에서 벗어나 접이식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외형 사양만 놓고 보면 갤럭시 Z 폴드8이 한발 앞선다.
갤럭시 Z 폴드8은 무게 201g에 펼쳤을 때 두께 4.5㎜, 접었을 때 9.8㎜다. 메인 디스플레이는 7.6인치, 커버 디스플레이는 5.5인치다.
반면 아이폰 듀오는 무게가 254g으로 폴드8보다 53g 무겁고, 두께도 펼쳤을 때 5.2㎜, 접었을 때 11.3㎜로 더 두껍다. 메인 디스플레이는 7.6인치, 커버 화면은 5.4인치로 화면 크기는 사실상 비슷하다.

애플은 대신 발열 관리와 내구성을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아이폰 듀오에는 기기 내부에서 발생한 열을 넓게 분산시키는 베이퍼 챔버가 적용됐다. 고성능 작업이 장시간 이어질 때 특정 부위의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고 성능 저하를 줄이기 위한 설계다.
또 티타늄 프레임과 세라믹 실드, 100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된 정밀 힌지를 적용해 접고 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구성 문제를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양사 제품 모두 최신 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한 만큼 단순 연산 성능보다 발열 제어, 배터리 효율, 멀티태스킹 최적화 등 실제 사용환경에서의 완성도가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가격에서는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아이폰 듀오의 국내 출고가는 256GB 모델이 329만원이며, 최상위 2TB 모델은 509만원에 달한다. 갤럭시 Z 폴드8 256GB 모델의 국내 출고가 227만8천100원과 비교하면 기본형 기준 약 101만원, 약 44% 비싸다.
미국 시장에서는 아이폰 듀오가 1천999달러, 갤럭시 Z 폴드8이 1천899달러로 가격 차이가 100달러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되는 스마트폰 가운데 스페셜 에디션을 제외하고 출고가가 500만원을 넘어서는 제품이 처음 등장하면서 가격 부담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여전히 얼리어답터와 프리미엄 소비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이라는 점에서 국내 기준 100만원 이상 벌어진 가격 차이는 아이폰 듀오의 대중화를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애플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하드웨어 사양보다 기존 아이폰을 중심으로 구축된 생태계다.
아이폰과 애플워치, 맥북, 아이패드, 아이클라우드 등을 자연스럽게 연동하는 이용 경험은 기존 아이폰 사용자의 이탈을 막는 동시에 폴더블폰을 처음 구매하려는 애플 이용자들을 아이폰 듀오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애플은 폴더블에 최적화한 ‘스마트 포착’, ‘듀오 프리뷰’, ‘듀오 페이스타임’, ‘아이 시선’ 등 카메라와 사용자경험(UX) 기능도 공개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2019년 첫 갤럭시 폴드를 출시한 이후 플렉스 모드와 다중 화면 멀티태스킹, 힌지와 디스플레이 개선, 방수·방진 등 폴더블 특화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온 만큼 애플이 폴더블만의 새로운 사용방식을 얼마나 차별화할 수 있을지는 향후 평가가 필요한 부분이다.
애플의 참전으로 폴더블 시장 자체가 빠르게 커질 가능성은 높게 평가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글로벌 폴더블폰 누적 출하량이 올해 말 1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으며, 내년 연간 출하량은 올해보다 3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IDC 역시 올해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이 약 3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점유율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는 올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8%, 애플이 25%, 화웨이가 22%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첫해부터 애플이 세계 2위에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부 전망에서는 애플이 2027년까지 글로벌 폴더블 시장의 약 40%를 차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국 시장의 핵심 변수는 애플이 기존 삼성전자 폴더블 이용자를 빼앗는 데 그칠 것인지, 아니면 방대한 아이폰 이용자를 새롭게 폴더블 시장으로 끌어들여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울 수 있을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한편 애플은 첫 폴더블폰 출시와 동시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가격 및 제품 전략도 본격화했다.
애플은 이번에 공개한 아이폰18 프로의 가격을 1천199달러, 국내 기준 199만원으로 책정했다. 전작보다 100달러, 국내 판매가 기준 20만원 오른 수준이다.
최근 전 세계적인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스마트폰 생산비용이 크게 높아진 상황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폭을 상대적으로 제한했다는 평가다.
애플은 지난 6월 메모리와 부품 가격 상승을 이유로 맥과 아이패드 제품 가격을 최대 300달러까지 올린 바 있다. 당시 팀 쿡 전 최고경영자는 메모리 가격 급등을 ‘100년 만의 홍수’에 비유하며 원가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이폰 듀오 역시 경쟁 제품인 갤럭시 Z 폴드8보다 100달러 높은 1천999달러로 책정하면서 심리적 가격선으로 평가되는 2천달러 아래를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메모리 가격 급등에도 아이폰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함으로써 삼성전자와의 가격 차이를 줄이고, 판매량 확대와 시장점유율 확보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애플과 삼성전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도 이러한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IDC 자료에 따르면 최근 분기 삼성전자와 애플의 시장 영향력은 확대된 반면 샤오미·오포·비보 등 일부 중국 제조사들의 성장세는 상대적으로 둔화됐다.
메모리와 주요 부품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낮은 저가형 스마트폰의 가격도 함께 상승했고, 이에 따라 저가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 간 가격 차이가 좁혀지면서 브랜드와 생태계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와 애플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애플이 올해 신제품 발표에서 기본형 아이폰18 대신 아이폰18 프로와 아이폰 듀오 등 고가 제품에 집중한 것도 이런 전략과 맞닿아 있다.
부품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고수익 프리미엄 모델의 판매 비중을 높여 평균판매가격(ASP)과 수익성을 방어하고, 기본형 모델은 이듬해 상반기로 출시 시기를 분산해 연중 판매 흐름을 보다 안정적으로 만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결국 아이폰 듀오의 출시는 단순히 애플의 첫 폴더블 제품이라는 의미를 넘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구도를 다시 짜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7년간 축적된 폴더블 기술력과 애플의 강력한 생태계·브랜드 파워가 정면으로 맞붙으면서 향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