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멕시코 경제협력 새판 짠다…AI·우주·방산까지 확대, 1억 달러 금융지원 신설
한국과 멕시코가 무역·투자 중심의 기존 경제협력을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항공우주, 방산, 공급망 등 미래 첨단산업으로 대폭 확대한다. 양국은 향후 5년간의 협력 방향을 담은 ‘2026~2030 한-멕시코 공동행동계획’을 채택하고 한국 기업의 멕시코 진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와 금융 기반도 강화하기로 했다.
멕시코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파르도 멕시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경제·산업부터 첨단기술, 문화·교육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중장기 로드맵인 ‘2026~2030 한-멕시코 공동행동계획’을 채택했다.
공동행동계획을 토대로 양국은 무역·투자와 금융, 공급망을 비롯해 AI·디지털, 우주,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사업을 발굴하고 정례적인 정부 간 협의체를 통해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의 멕시코 투자와 교역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재 멕시코에는 56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멕시코는 한국의 중남미 최대 교역·투자 대상국으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와 전자·가전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양국 경제관계 역시 최근 전력·에너지와 모빌리티, 첨단소재, 식품, 뷰티 등으로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다.
양 정상은 이러한 경제협력을 한 단계 확대하기 위해 향후 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잠재적 이익과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공동이익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단순히 상품 교역 확대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협력과 글로벌 공급망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경제협력 구조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7년 동안 이어져 온 한·멕시코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도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최종 타결됐다.
개정 문안에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무분별한 투자자 소송을 방지하고 외환위기 상황에서도 투자자금 이전을 보장하는 한편 분쟁해결 절차를 보다 구체화하는 등 기존 협정 체결 이후 변화한 국제투자 규범이 반영됐다.
향후 양국의 국내 절차와 서명, 국회 비준동의 등을 거쳐 개정 협정이 발효되면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투자자의 법적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의 실제 사업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금융지원도 새롭게 마련된다.
양국 수출입은행은 1억 달러 규모의 전대금융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ICT와 바이오, 항공우주 등 분야에서 한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멕시코 기업은 물론 멕시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공급망 협력 역시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양 정상은 원유를 비롯한 주요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과 수급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멕시코가 북미와 중남미를 연결하는 핵심 생산·공급망 거점으로 부상하면서 양국 산업 간 연계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안전한 교역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세관 협력도 강화한다. 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와 통관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업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교역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첨단산업에서는 AI가 새로운 핵심 협력 분야로 부상했다.
양 정상은 ‘AI 협력 선언’을 채택하고 인간 중심과 공공의 이익, 안전과 신뢰를 중시하는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멕시코가 2028년 APEC 의장국을 맡는 만큼 2025년 경주 APEC에서 채택된 AI 관련 이니셔티브의 이행 상황을 함께 점검하는 등 다자무대에서도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오는 11월에는 한국의 AI·디지털정부 민관사절단을 멕시코에 파견해 후속 사업과 구체적인 협력 가능성을 논의한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새로운 협력 채널을 구축한다.
양국은 우주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우주 분야 실무그룹을 신설하고 평화적 목적의 우주 탐사와 활용을 위한 구체적인 공동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방산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한다. 한국 측은 국내 방산제품과 기술이 멕시코의 군 현대화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관련 산업 협력 확대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경제·산업뿐 아니라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협력도 확대한다.
양국은 한국으로 수입되는 멕시코산 수산물의 사전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축산물 전자증명서 발급을 통해 위·변조를 방지하면서 통관 절차를 효율화하기로 했다.
온라인 사기와 인신매매, 마약 등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에 대한 공동 대응도 강화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행정체계 구축을 위한 반부패 분야 협력도 추진한다.
교육·문화 분야에서는 미래세대 간 교류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양국 학생을 지원하는 장학 프로그램 신설을 제안했으며, 양국은 교육당국 간 실무그룹을 구성해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멕시코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K-팝과 K-푸드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양국 문화산업 협력으로 연결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특히 멕시코시티에 한국 문화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K-컬처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문화콘텐츠 공동제작과 전문인력 양성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상회담에 이어 진행된 양해각서 교환식에서는 장학·학술교류, 국제개발협력, 문화, 관광, 경제·산업·자원, 세관, 전대금융 등 7개 분야의 협력문건이 교환됐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해 정부 간 각급 협의체를 운영하고 경제·과학·기술협력 공동위원회 등을 통해 후속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이번 공동행동계획은 한·멕시코 경제관계가 자동차·전자 등 전통적인 제조업과 상품 교역을 넘어 첨단기술과 공급망, 금융, 문화·콘텐츠 등으로 다변화되는 전환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멕시코가 북미와 중남미를 연결하는 생산·소비시장으로서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투자보장 강화와 금융지원, 향후 무역협정 논의가 구체화될 경우 현지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의 사업환경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